캐스팅 디렉터가 말하는 AI 연기 도구 활용법 인터뷰

최근 몇 년 사이, AI 기술의 확산으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 환경 역시 급속도로 기술 중심 작업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연출과 편집, 콘티 제작에서의 AI 활용은 이미 상당히 일반화되고 있으며, 그 흐름은 배우 캐스팅 과정까지 도달해 왔습니다. 특히, 캐스팅 디렉터들이 오디션 심사에 AI 분석 도구를 활용하는데 긍정적인 검토를 시작하면서, 연기자의 오디션 준비 방식 역시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AI가 배우의 표정, 억양, 시선 처리, 발화 속도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수십 명의 지원자를 빠르게 선별하게 된다면 기존에 길게는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던 오디션이 단 며칠만에도 완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예고는 이미 단순한 ‘효율성’ 확보를 넘어서, 캐릭터 적합성과 감정 구성력까지 기술적으로 검토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직 캐스팅 디렉터들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AI 분석 도구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어 가고 있는지, 배우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또한 AI 분석이 가진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조명하며, 배우가 AI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전략을 함께 제시합니다.

 

실제 인터뷰 사례: 오디션 영상 평가에 AI가 개입하는 방식

① 1차 필터링에 AI를 사용하는 A제작사의 사례

A제작사 소속 캐스팅 디렉터는 대규모 오디션 프로젝트에서 AI 도구를 ‘1차 정리 필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00명이 넘는 자기소개 영상과 연기 영상이 제출될 경우, 수작업으로 일일이 확인해 오던 과거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통해 특정 기준에 미달하는 영상을 분별해 최종 검토에서 제외합니다.

분석 항목	사용된 AI 도구	활용 내용
억양, 말속도	Descript / Whisper	과도한 빠르기, 단조로운 억양, 불분명한 발음 검출
표정 변화	Runway / Pika	감정 표현이 부족하거나 무표정 유지 비율이 높은 경우 필터링
시선 처리	Eye-tracking 모델	카메라 응시 시간, 고개 회전 빈도 측정
말의 일관성	GPT-4 기반 분석	논리적 흐름, 장면 이해도 확인

이와 같은 방식으로 AI 분석을 통해 우선순위가 높은 연기자 30%를 도출하고, 이후에는 사람 디렉터의 직접 심사가 이어집니다. 해당 캐스팅 디렉터는 “AI는 100명을 30명으로 압축하는 데 최적의 도구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으며, 그 진가는 대규모 오디션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도출 기준을 설계하는 과정과 도출된 리스트 내에서 사람이 감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 또한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캐릭터 해석 능력 확인을 위한 대사 분석 도입

B기획사의 캐스팅 디렉터는 배우의 ‘감정 이해도’와 ‘캐릭터 해석력’을 평가하기 위해 AI 기반 대사 분석기 사용을 도입했습니다. 동일한 대사를 다수의 연기자가 연기한 경우, AI가 감정의 전개 흐름을 분석하여 ‘논리적 구성력’의 유무를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 고조되는 구간에서 억양이 보편타당하지 않은 선에서 낮아지거나, 시선이 장면의 흐름과 맞지 않게 분산되는 경우, AI는 해당 장면을 ‘몰입도 저하 요인’으로 분류합니다. 이때 디렉터는 해당 연기의 문제점을 빠르게 확인하고, 배우가 감정을 ‘계획 없이 흘려보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캐스팅 디렉터가 보는 ‘좋은 연기자’의 기준 변화

기존의 ‘감정 전달력’에서 ‘감정 설계력’으로

AI 도구가 캐스팅 과정에 도입되어가면서, 캐스팅 디렉터의 연기자 평가 기준에도 뚜렷한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주관적 시선에서의 “몰입한 연기”가 강조되었다면, 지금은 “몰입이 어떻게 구조화되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한 캐스팅 디렉터는 “감정의 고조가 예고 없이 튀어나오면, 시청자는 오히려 집중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연기자가 감정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그 흐름이 영상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지를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분석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감정 설계

디렉터들은 AI 분석의 유용함에 대해 “수치로 보는 감정 흐름”이라 표현합니다. 억양의 곡선, 시선의 방향성, 표정 변화의 리듬 등은 모두 수치화가 가능하며, 반복 분석을 통해 일관성과 설계력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감정의 흐름을 세 구간으로 구분하여 설계할 것

다음은 AI 분석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캐스팅 디렉터가 제시한 감정 구성 팁입니다.

• 1구간 (초기): 감정의 전조를 표정과 억양으로 미세하게 암시
• 2구간 (중심): 발화 톤과 속도를 명확하게 조절하여 감정 고조 표현
• 3구간 (결말): 감정 정리를 위한 여운, 시선 처리, 말끝 흐림 등 사용

 

배우가 준비해야 할 전략: AI 기반 시대의 포트폴리오 구성법

AI가 오디션을 평가하는 시대에 배우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스스로 설계해야 합니다.

① 영상 구조 설계의 중요성

• 30초 내외에서 ‘감정 전환’이 한 번 이상 나타나야 합니다.
• 감정 전환은 억양 변화, 시선 이동, 호흡 조절 등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 단순 반복 대사보다는 이야기 흐름, 서사가 있는 구성이 필요합니다.

② 표정과 억양의 일치율 강화

• 대사에서 강한 억양이 나오면, 동시에 표정의 미세한 반응이 있어야 합니다.
• 감정이 억눌린 장면에서는 오히려 ‘정적’ 속에서의 눈빛이나 턱 움직임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③ AI 분석용 포맷 파일 구성

• 지원 영상과 함께 톤별 샘플 영상(감정별 15초 클립)도 첨부하면 효과적입니다.
• 텍스트 기반 이력서 외에 AI가 분석하기 쉬운 자기소개 음성 파일을 따로 구성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기술의 한계: AI가 놓치는 연기의 본질

AI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만, 감정의 ‘결’과 ‘여백’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표현은 여전히 사람 디렉터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 표현의 미묘함 (예: 무표정 속 슬픔)
• 다층 감정 (예: 웃으며 말하지만 화가 난 상태)
• 연기자의 연기 외적 존재감 (화면 장악력)

캐스팅 디렉터들은 AI를 ‘조언자’나 ‘가이드’로 활용하고 있으며, 최종 결정은 여전히 사람의 직관과 감각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강조합니다.

 

결론: AI 분석은 ‘새로운 기준’이지만, 감정의 해석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가 캐스팅 현장에 도입됨으로써 연기자의 실력을 수치로 검증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연기를 기술적으로 해석하고, 감정을 설계 가능한 단위로 분해하는 능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가 감정의 방향성과 구조를 분석해줄 수는 있어도, 그 감정의 ‘질감’과 ‘여운’까지 판단하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보편타당하지만 예상치 못한 표현이 보여질 때 우리는 연기자에게 매료됩니다. 그럼에도 캐스팅에 AI가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된다면 연기자는 연기적 기술, 감정적 표현에만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감정 해석력과 장면 설계력을 갖춰야만 AI 시대의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좋은 배우는 AI 분석을 통과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 분석 위에 자기만의 감정 결을 얹을 수 있는 배우입니다.